2016년 만우절. 거짓말이라 믿고 싶을 만큼 급작스럽고 놀랍게 세상을 등졌던 그가 20년 만에 음악 전시회를 통해 돌아왔다. 현실을 노래하며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던 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1964-1996)의 20주기를 맞아 그를 만나고 듣고 추억을 그릴 수 있는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 전시가 지난 1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것.
6월 26일까지 계속되는, 뮤지선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전시회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는 김광석의 음악을 직접 접하며 1980년대와 90년대를 살았던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들은 물론 현실에 맞서 싸우며 현 시대를 살아나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그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도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영원한 가객이므로…….
▶ 김광석을 만나고 들을 수 있는 10개의 특별한 공간
‘김광석을보다展;만나다•듣다•그리다’는 총 8개의 전시관과 2개의 영상관으로 꾸며져 있다. 그의 삶, 노래, 공연 그리고 그가 끝내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겨 놓은 앨범의 이야기까지 전시회 현장은 김광석의 음악처럼 편안하고 잔잔하게 구성되어 있다.
섹션1관 ‘젊은 날의 꿈이여’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동물원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그를 만날 수 있다. 1987년 노래를 찾은 사람들의 첫 공연 현장에서 독창 무대를 가졌던 김광석. 그는 김지하와 조념의 곡 녹두꽃을 담담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불러 김광석이라는 이름 석자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섹션1관에서는 또한 중학교 3학년에 김광석이 처음 만들었다는 ‘그대 웃음 소리’도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김광석의 목소리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섹션2관 ‘나의 노래’에서는 1집부터 3집까지 그의 노래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룹에서 나와 솔로 가수를 택한 그에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1집과 2집은 그 스스로에게 고난 가득한 여정이었다. 흥행 성적에 상관없이 음악적 자아를 찾기 충분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 후 탄생한, 조동익 밴드와 함께 한 3집.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곡을 앨범에 실었고 수준 높은 음악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섹션3관 ‘나른한 오후’에는 김광석의 일상이 담겨 있다. 가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김광석의 삶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 신분증을 비롯해 신용카드, 지갑, 수첩, 다이어리, 펜까지 그가 사용하던 모든 것과 각종 앨범의 악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섹션4관 ‘서른 즈음에’은 김광석이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인 ‘일어나’가 담긴 김광석 4집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지정한 100대 명반에 선정된 3장의 음반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음악인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김광석의 전성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장소는 명곡으로 기억되는 음악들의 숨겨진 뒷 이야기와 각 음반들의 물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섹션5관 ‘1000회 공연, 신화를 쓰다’에서는 약 7년 동안 쌓아 올린 기록인 천 회 공연 그리고 그와 관련된 자료 및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 시대 소품들은 물론 공연관련 포스터, 리플릿, 티켓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섹션6관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는 김광석이 5집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메모장을 비롯해 김광석 사후 발표된 곡인 ‘부치지 않은 편지’ 관련 자료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열렸던 각종 공연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섹션7관 ‘그대가 기억하는 내 모습’에서는 김광석의 동료와 이외수, 이종구, 김기라, 최루시아 등 그를 그리는 예술가 그리고 팬들이 채워가는 김광석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 기획자이자 김광석의 절친인 이택희 화백의 작품과 김광석의 대표 캐리커처를 그린 이창우 작가의 캐리커처 원화와 20주기 전시기념으로 새롭게 작업한 헌정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섹션8관 ‘고리카페’는 김광석의 둘째 형인 김광복이 고려대 앞에 차려 주었던 카페를 재현한 공간이다. 김광석의 앨범을 테이블에 앉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장소로 LP판으로 연출한 공간, 김광석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되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장소이다.
▶ 김광석이 남겨준 노래, 그가 선물한 추억…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차례
1996년 겨울, 한 해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죽음을 알았다. 굳이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 그리고 믿고 싶지 않았던 현실. 김성재와 서지원 죽음의 충격이 얼마 가시지 않아 들렸던 소식이었고, 먼저 세상을 떠난 그들과는 다르게 나에게는 추억이 많았던 가수이기에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 내내 그의 노래와 함께 했다. 편안하고 따스하기 이를 데 없었던 그리고 현실을 그대로 녹여 내 주던 공연 현장에 함께 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던 한 사람으로 그의 죽음의 충격은 상당했다. 사춘기 시절부터 사 모았던 그의 테잎과 씨디를 꺼내 듣지 않는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몇 년간은 슬픈 마음으로 그 후 몇 년간은 찬 바람이 불 무렵 생각나는 기억에 그의 음악을 듣고는 했다. 그러다 내 나이가 그가 죽음으로 등졌던 세상에서의 나이보다 많아지게 되고, 결혼을 하고 내 아이와 만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의 음악을 잊고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한창 인기를 끄는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들리는 그의 노래에 브라운관으로 시선을 한 번 옮겼을 뿐이었다.
얼마 전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열리게 된다는 그의 음악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김광석을 보고, 듣고, 만나 추억할 수 있는 전시회.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음악뿐 아니라 일상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전시회 소식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내 젊은 날, 내가 가장 화려하게 반짝였던 그 추억을 그리워하기 시작한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비단 나뿐 아니라 각박한 현실을 살아나가던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수 많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봄비 같은 소식이리라.
‘안녕하실테죠?’라는 인사에 대답을 해 보았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공연이 가장 많이 열렸던 대학로로 발걸음을 해 보는 게 어떨까. 그의 수 많은 사진들, 친필악보와 각종 메모지, 생활 속 소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서는 그의 목소리도 직접 들을 수 있다. 툭툭 한 마디씩 던져 우리를 울게 웃게 만들었던 콘서트 현장에서의 따스한 이야기들. 막걸리 한 잔에 앵콜송 5곡 이상이 쏟아지던 대학 축제의 인간미 가득한 현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안녕하실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 어서오세요’라는 그의 인사말에 내가, 우리가 응답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