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당연히,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아직 철이 덜 든 어른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인식과 ‘아이들의 과학교재 중 하나’라는 인정 사이에 어중간하게 놓여있던 프라모델, 밀리터리, RC카, 미니사구와 같은 제품들에 인생 모든 것을 내건다는 것은 현실에 눈을 뜬, 대한민국을 살아내야 하는 일반적인 성인 남자의 그리고 그의 가족의 관점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허무맹랑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남들이 다 열망하고 간절히 소원하며 몸담기 원하는 조직인 ‘삼성 반도체사업부’라는 든든하고도 멋진 사회적 울타리를 제 발로 박차고 뛰어나와 한 일이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하비(hobby)의 전진, 김현근의 dream come true
하지만, ㈜한국타미야 김현근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RC카와 미니사구는 기계는 물론 전기, 전자, 장비의 결합체이며 정비의 기술까지 집약된 전문 분야로써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는 결단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프라모델이나 밀리터리의 경우도 아이들에게는 집중력과 사고력,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 주는 과학교재로, 어른들에게는 건전한 취미생활의 한 분야로 충분히 인정받고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타미야라는 업체가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프라모델, 밀리터리, RC카, 미니사구 분야 1위 업체라고 인정받고 있었다고는 해도 십오년 전 한국의 하비시장은 “정식”이라는 루트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임에 분명했다. 누구든 ‘저렴하게’만 구입하기 원했고 그렇기에 ‘정식’ 루트를 통해 들어 온 제대로 된 ‘정품’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제품, 제 값 다 주고 정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모자란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게다가 ‘장난감이나 가지고 노는 어른’을 상대한다는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과도 맞서야 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격려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김대표는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편협하고 부정적인 시선과 싸우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취미 자체를 폄하하는 시선과 싸우는 것도 녹록지 않은데, 유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모형제품의 경우 단가가 높지 않다. 물론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제품 단가만 살펴본다면 저렴하다. 하지만, 운송비와 AS 등의 문제까지 감안 해 본다면 결단코 정식 수입품이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한다.
1999년 회사명을 한국타미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한국 내 총판업무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가 병행수입에 관한 부분이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야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할 일이다. 취미와 관련된 업계가 매출 자체가 높지 않아 그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그에 따른 이벤트를 진행하고, 사후 관리를 해 주고, 부품을 수급 해 AS 처리를 하고, 대회를 운영하는 등 부수적인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 해 기운이 많이 빠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판매액이 전부 제 수입은 아니지요.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한국타미야가 그로스캄프 등 해외 유명 선수들의 초청해 대회를 개최해도 새로운 시도라 격려를 해 주는 게 아니라 ‘장사 해 먹으려고 하는 꼼수가 뻔히 보이는 행사다‘라고 폄하 하는 게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한국타미야가 지닌 장점, 하비(hobby)시장 변혁의 주체가 되다.
하지만, 그는 15년 동안 건재했다. 아니 그는 단순히 건재하게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일본 타미야 본사의 기대 이상의 성과와 성장 그리고 한국 하비시장의 변혁을 이루어 낸 주인공이 되었다. 바로 ㈜한국타미야만이 지닌 장점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몸 담고 있었던 김대표는 1996년 정원테크라는 금형 회사를 설립 해 타미야 일본 본사에 금형을 납품했었고, '4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국 내외에서 모두 인정을 받았다.
김대표는 "한국타미야는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밀가공이 가능한 금형을 개발해 타미야 본사에 납품했었습니다. 1998년 회사 설립 2년 만에 400만달러 수출을 돌파하면서 상도 받았던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도 타미야의 비행기나 1/35, 1/700 플라모델의 금형을 수출하고 있다. 미니카도 마찬가지이다. “금형회사 중에는 유일하게 설계도면이 있습니다. 실 차 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도면을 만들기 위해 실 차를 완벽히 파악하고 분석 해 작업을 합니다. 금형을 만들 때도 실 차의 일정 비율을 정해 차량의 내관과 외관을 완벽히 축소 해 놓은 완벽한 세부 도면, 조각, 3D 도면까지 모두 작업 해 완벽을 기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디테일이 그 어느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점이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하비(hobby)의 순기능, 그 정점에 타미야가 있다.
한국에서도 하비(hobby)가 레저로써 당당히 자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더 이상 추억이 흘러 지나치는 과거가 아니게 되고,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과거의 유저들이 성장함으로 그의 꿈도 이루어진 것.
어린 시절 작은 미니카를 손에 들고 동네 문방구(문구점이 아니다 동네 골목 귀퉁이에 반드시 하나씩은 존재하던 문방구다) 근처에서 떠날 줄 모르던 꼬마들이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소비의 주체가 된 순간 대한민국 하비는 한 발짝 앞으로 전지했고, 김현근 대표의 꿈도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엄마, 저거 하나만 사주세요.”하고 조르던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추억 공감 매개체로써 미니카(미니사구)를 선물한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 될 터이다. 사실 가족이 모두 모인다고 해도 서로 얼굴 마주보는 일 없이 머리 숙여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일이 일상이 되고, 아이들이 온라인 세상에만 빠져들어 게임중독으로 치닫게 되는 현실에서, 미니카(미니사구)는 부담없는 가격과 그 순기능으로 인해 가족이 함께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취미생활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간혹 미니카(미니사구)를 구입한 사람들이 ‘즐길 공간이 없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김대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
현재 ㈜한국타미야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파트가 바로 미니카(미니사구)이다. 일본에서 미니카(미니사구) 붐이 일고 있는 중이고, 일본 타미야에서도 미니카(미니사구)에 주력하고 있어 대세와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나, 미니카(미니사구)가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즐기기 좋고 가격 또한 저렴해 현재와 같은 불경기에도 큰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기에 그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판매자들의 경우는 상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미니카 전용 트랙을 설치할 공간에 트랜디한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게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가져올 테니까요.” 즐길 만한 트랙이 적어 공간적 제약이 심해 유저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트랙이 문제가 된다구요?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합니다. 개인 트랙, 내 가족의 트랙 설치 어렵지 않다니까요. 국내 생산 트렉 두 개만 연결해도 충분히 훌륭한 트랙을 금전과 공간의 제약 크게 받지않고 설치할 수 있어요(국내산 트랙 한 개의 가격은 대략 4~5만원 선이라고 한다). 물론 판매처에서 미니카 트랙을 설치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인식의 전환과 매출 상승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을 텐데, 눈 앞의 이익만 따르는 인식과 현실이 좀 안타깝기는 하지요.”
㈜한국타미야, 2014년을 꿈꾸다.
김현근 대표는 올바른 하비(hobby) 문화의 정착과 하비(hobby) 인구의 저변 확대를 늘 꿈꾸고 있다. 그래서 그는 2014년에도 끊임없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시회, 시연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타미야의 메인 행사인 ‘2014년 타미야 아시아컵’은 3월부터 한국 예선이 공지가 된다. 국내에서 4~5회 정도 예선이 개최되고 난 후 9월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회가 있고 11월에 시즈오카에서도 국제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해 처음 개최했던 “타미야 플라모델 컨테스트”를 올 해도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 한다. 올 해는 첫 콘테스트에서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고자 2월부터 공고를 시작 해 8월이나 9월까지 모델러들에게 충분한 작업 시간을 주고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1/48 만을 위한 콘테스트를 시도 해 차별화 된 콘테스트를 통해 선입견을 넘어서 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진행시켜 나가는,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그의 혜안이 바로 ㈜한국타미야의 성공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현재 한국 하비(hobby)의 정점에 타미야가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