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볕을 받아 화려하게 튜닝되어 있는 차량들이 더욱 돋보이던 5월의 마지막 주말 “2015 맥스파워 머슬(2015 MaxPower Muscle)” 드리프트 2차전 현장에서 처음 만났던 세바스티앙(Mesili Sebastien).
여섯 대의 차량이 파손될 정도로 강렬하고 짜릿한 드리프트 퍼포먼스가 펼쳐지던 현장에서 넉넉하고 환한 미소를 시종일관 짓고 있던 흰 얼굴의 외국인은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첫 출전한 그 경기에서 B조 예선 1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큰 망설임 없이 한 번에 날아왔다는 로맨틱한 남자. 하지만, 환한 미소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상반되게 그는 강렬한 파찰음과 동시에 타이어 가루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흰 연기를 날리는 아찔한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즐기는 상남자였다.
“한국에서 프랑스까지 날아갔던 비행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친구를 만나러 가자고 출발해, 서킷 가는 데 할애했어요.” 세바스티앙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스러운 여자를 자신의 친구와 만나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인지, 드리프트를 즐기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자동차로 달렸던 15시간이 세바스티앙과 그의 아내인 이은상 씨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프랑스를 떠나 여행으로도 방문해 본 적 없던 한국으로 와 결혼 해 살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제가 많은 것을 양보했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에요.” 그는 자신은 한국으로 온 것뿐이지만 아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사랑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드리프트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집 근처에서 드리프트 차량을 구입한 후 은상 씨는 세바스티앙을 위해 국내에 있는 모든 드리프트 관련 행사와 대회에 관한 정보를 취합했고, 사람들을 만나 세바스티앙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그들과 함께하도록 도왔다.
내 기억 속 은상 씨의 첫 모습. 제9호 태풍 찬홈(CHAN-HOM) 속에서 펼쳐졌던 드리프트 페스티벌 2라운드 현장이었다. 유난히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던 태풍 속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이었기에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했고 선수들이 직접 콘의 위치를 바로 잡으며 드리프트를 즐겼던 악천후 현장에서도 그녀는 세바스티앙과 시종일관 함께였다.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세바스티앙은 현재 Garrett Drift Team challenger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축제인 엑스타 슈퍼챌린지 시즌 5번째 레이스와 6번째 레이스에 출전해 4강까지 오르는 등 멋진 채이스 배틀 실력을 과시하며 2015 시즌을 마감했다.
이와 더불어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 현장에서 펼쳐진 드리프트 퍼포먼스 데모런에도 참여했다. 3개국 5개 서킷에서 2015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모터스포츠 축제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 드리프트 데모런 일원으로 참가해 프랑스에서 응원하러 먼 길을 와 주었던 아버지께 아들의 멋진 무대를 직접 선 보여 드리는, 뜻 깊은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드리프트를 시작한 지 이제 반 년 남짓. 세바스티앙(Mesili Sebastien)은 너무 행복하다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즐기는 취미까지 그는 “사랑”과 “사람”과 “드리프트”라는 세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은 셈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아내의 손을 잡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모습이 떠 오르자 한국인 특유의 넓은 오지랖을 부려보고 싶어진다. “2016년에는 양 손에 두 마리씩, 네 마리의 토끼를 손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이다.